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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고고학 자료실

소중한 우리문화유산의 파수꾼-고고학발굴

by 한국고고학콘텐츠연구원(플라스캠프) 2013. 8. 24.

 

10년이 넘는 짧은 시간동안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시대의 유적들과 유물들을 보아 온 것은 많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라면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들을 난 늘 끼고 살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 때부터 가장 최근의 조선시대까지 그 시간대는 수십만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그 흔적들은 늘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돌로 만든 석기에서부터 최근 유명세를 부쩍 얻으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고려청자까지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고 연구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웅장한 규모, 은은한 조명에 깔끔하게 정리 된 실내 장식, 그리고 유리판 안에 전시된 유물들...

 

대부분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선사와 역사를 보여준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끔씩 박물관에 들려 전시된 유물들을 볼 때마다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일반인이라면 그냥 쓱 �어보고 지나갈 유물들이지만 이리보고 저리보고 어디서 발굴되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형태가 어떠한지 등 여러가지 보면서 박물관에 구경오면서도 그 직업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우선적으로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재로써 그 아름다움과 예술성에 놀라고, 두번째로 그러한 유물들을 발굴해 내고 박물관에 전시되기까지의 그 기간동안 발굴단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 노고와 땀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유물은 한숨에 뚝딱 발굴되고 박물관에 전시되는게 아니다. 한 유물을 발굴해 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발굴조사과정과 유물의 보존처리 및 행정절차 등을 거쳐야만 한다. 또한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은 한 지역,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물들만을 선별하여 전시하게 된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유물들은 극히 한정적이면서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유물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유물들이 있기에 그것들을 일반인들에게 전부 공개하고 전시 할 필요성이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여건이 어렵다.(전세계가 마찬가지이다.) 

 

 

 

발굴현장에서 유적과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언제나 과거의 파노라마를 떠 올릴려고 애를 쓴다.

토기가 나오면 이 토기는 누가 사용하였을까? 여기다가 뭘해서 먹었을까? 무슨 용도에 썼을까 하며 궁금하기도 하고 그 세밀한 제작솜씨에 놀란다.

 

 by 국립문화재연구소

 

 

내가 아직까지 고고학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모든 전공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발굴을 통해 유물을 만지는 희열".... 땅속에 묻혀버린 그 순간부터 지금에서야 햇빛을 보게 되는 유물들을 보고 만지는 그 순간까지... 대부분은 이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일것이다.

 

 

 

언제 발굴될지 모르는 유물들은 대부분 땅속에 묻혀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선 많은 현장경험과 고고학 지식이 있어야 되지만 유물이 발견되면 누구나 긴장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발굴하게 된다.

 

 by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심스럽게 유물에 붙은 흙들을 털어내고 발굴해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유물에 대한 시선은 그 누구나 한결같다.

 

말그대로 방금 구워낸 토기처럼 따끈따끈한 유물....수백년에서 수천년 전에 묻혀버린 저 토기가 지금에서야 다시 처음으로 빛을 본 순간...그 순간이 내손에 의해서 발굴되고 내가 처음 만져보게 된다는 매력은 언제나 새로운 것 같다.

 

 

 by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발굴현장에서는 특정시기의 유적이 아닌 이상 뭐가 발견될지 모른다. 때문에 항상 신중하고 주의깊게 발굴해야한다.

 

한여름에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동물뼈는 아직까지도 생생한 저 이빨과 골격들로 인해 잠시 써늘하기도 하고 문뜩 문뜩 야늘한 기분에 쳐다보면 벌떡 일어날것 같은 무서움(?)도 느끼게 되지만, 수천년 전에 소를 제물로 바친 옛 조상들의 제사행위와 사후세계관, 문화를 추정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무섭고 징그럽고 가까이 가기도 싫지만 호기심으로 한번 쯤은 쳐다보게 되는 저런 유물(자연유물)들은 발굴전에는 평범한 풀밭이었지만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제를 지내면서 "제물를 바친 장소"라는 것과 신성한 곳이었다는 것은 중요한 발견이 아닐수가 없다. 고고학의 또다른 재미이다.

 

 

구석기발굴현장에서 발굴되는 주먹도끼조차도 수만년이라는 세월을 어두운 땅속에 묻혀있는 동안 자연에 있어서는 하찮은 돌조각이 우리들에게는 유물로 둔갑(?)하면서 중요한 우리 문화유산이 된다.

 

수~수십만년...시간적인 계산이 몸에 잘 와 닿지 않는 시간대이다..

 

저런 돌조각에 어찌 인간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겠는가....

 

하지만 저런 구석기유물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해주고 인간이 사용한 가장 오래된 도구 중의 하나라면 느낌이 달라질까? 겨울에 발굴한 석기들은 맨손으로 만지기도 어렵다. 자갈돌을 깨트려서 만든 석기들은 겨울에 발굴할 때에는 눈보다 차가워 맨손으로 만지기에는 손이 시러울 정도로 차갑다.

 

 

 

 by 국립문화재연구소

 

하지만 저런 멋진 유물들을 발굴하면 언제나 그 아름다움과 놀라움, 그리고 조금은 과장한다면 당시 구석기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다.

수만년전 전의 어떤 한 사람이 돌을 가공하여 도구를 만들고 여러 용도로 사용하다가 버려진다. 그리고 그때 아무도 모르게 잊혀진 체 수만년의 시간동안 땅속에 묻혀있다가 누군가의 한사람에 의해서 발굴되어 다시 한 사람의 손에 들려진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발굴장에서의 조사과정은 매우 힘들다. 땅속에 묻힌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조사기관과 전공자들은 오늘도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조사에 열중하고 있다.

 

힘들고 고된 발굴현장에서의 생활을 견뎌내기 위해 스스로 고고학의 묘미와 재미, 매력, 최대한의 희열을 느끼면서 부단히 노력하는 많은 고고학 전공관련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가끔씩 도굴을 통한 불법적인 문화재매매행위나 돈 많은 한 사람의 개인 전유물로 인식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이렇게 유물과 유적에서의 발굴과정을 건너뛰면서 비검증된 많은 양의 유물들이 과거 해외로 밀수되거나 팔려나가면서 지금에서야 홍역을 치루지만 자꾸만 커져가는 문화재시장이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대한 의식이 잘못 자리잡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비싸게 사들인 문화재를 방안에 감춰두거나 자기 거실 벽에 걸어두면서 흐믓하게 바라보고 혼자만의 취미에 매료된 골동품애호가들에 있어서 뭐라 할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국가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볼 때 돈많은 한사람의 전유물로 감상하기 보다는 박물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면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순간이 비싸게 산 골동품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금은 보화로 만들어진 왕관이나 장신구들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유물이다. 또한 돌로 만든 주먹도끼 또한 귀중한 유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적인 관점에 비추어 금은보화로 만든 유물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물론 금으로 만든 유물들은 고고학에서도 그 휘귀성이나 아름다움에 많은 유물적, 학술적 가치가 있지만 모두 똑같은 귀중한 유물일뿐이다.

 

단지 우리의 역사를 더욱 알게 되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선조들의 예술성과 역사알기에 대중들에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좀더 나을뿐이지 모든 유물들이 가치가 달라지는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한동안 문제가 되면서 아직까지도 방송되고 있는 한 TV프로의 유물감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그리 탐탁치 않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물에 대한 잣대....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유물에 대한 잘못된 값 매김....이것이 우리 선조들이 후손들에게 남겨준 문화라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소위 양반댁과 궁에서만 소유할 수 있었던 물건들..

 

그것이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오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던, 고조할아버지가 선물로 받아왔던, 빚대신 받아왔던, 시어머니가 물려주었던, 옛날에 사왔던지간에 그것이 개인의 것이라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를 말해주는 물건이고 귀한 문화재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공개적으로 값어치를 매기는 행위는 못할 것이다.

 

대중들에게 문화재에 대한 안목과 관심을 증대시킨다는 취지에서는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화재는 꼭 "돈"이라는 잘못된 편견과 상식을 심어주는 것만 같아 안타까울따름이다. 

 

공개적인 진행자의 맨트로  "축하합니다~"..............다시 말하면 "돈되는거 가지고 계십니다~~"라고 들리면서 의뢰인의 퇴장과 함께 웅장한 효과음과 더불어 감정가액이 딱 찍히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