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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뉴스

인간 - 지속불가능한 슈퍼포식자

by 한국고고학콘텐츠연구원(플라스캠프) 2015. 9. 15.




The unique ecology of human predators


새로운 연구결과가 인간의 파괴력을 실감케 했다. 내용인즉, 인간은 다른 포식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초식동물을 죽이지만, 대형 육식동물을 죽이는 능력은 다른 포식자들의 아홉 배라고 한다. 더욱이 물고기를 죽이는 능력은 무려 14배라고 한다. 이 같은 슈퍼포식자적 지위(superpredator status)는 우리의 배를 불릴지 모르지만, 암울한 미래를 예감케 한다. "역사상 어느 포식자도 자신의 먹이를 멸종으로 몰아갈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고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교의 제라르도 세발로스 교수(생태학)는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14,000년 전, 북아메리카에 나타난 인간은 수많은 대형동물들(예: 매머드)을 멸종시켰다(http://news.sciencemag.org/archaeology/2014/01/what-killed-great-beasts-north-america). 그 이후 인간의 사냥기술은 더욱 진보했으며, 특히 물고기를 잡는 능력은 더욱 발달했다.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물고기 남획은 커다란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며(http://news.sciencemag.org/climate/2015/04/sardines-hit-hard-overfishing), 최근 발표된 보고서는 "인간의 활동 때문에 90종 이상의 물고기들이 멸종 위험에 직면했다"고 결론내렸다(http://news.sciencemag.org/europe/2015/06/overfishing-could-push-european-fish-species-extinction).

이번 연구는 우연한 관찰을 계기로 하여 시작되었다.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의 토머스 라임헨 교수(진화생태학)는 오랫동안 캐나다 태평양 해안에서 1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에서, 포식자들이 큰가시고기(stickleback)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그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 끝에 "각각의 종(種)들은 매년 2% 미만의 큰가시고기를 잡아먹으며, 주로 어린 물고기들을 공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우연히 섬 근처에서 조업하는 어부들을 관찰해 보니, 매년 2% 이상의 연어를 잡으며, 그것도 주로 어미 물고기들을 잡는 것이었다. 이 같은 대조적인 현상에 당황한 그는 연구진을 이끌고 관련 문헌들을 뒤져, 인간과 기타 동물들이 다른 종들을 죽이는 비율을 분석하기에 이르렀다.

10년 동안 약 300건의 논문들을 분석해 본 결과, 연구진은 암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인간은 야생 초식동물들을 죽이는 비율이 다른 포식자들(예: 사자, 늑대, 회색곰)과 비슷하지만, 다 자란 육식동물을 죽이는 비율은 무려 아홉 배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이 육식동물을 죽이는 이유는 어이없게도 식량 때문이 아니라 과시용이며, 때로는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육식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공격당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인간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거나, 인간으로 인한 손실을 신속히 회복하는 생식전략을 진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생식 가능한 어미가 사라진 육식동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다.

물고기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에 의하면, 인간은 다른 포식자들보다 14배나 더 많이 물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기계화된 고기압이 덕분에, 연간은 연간 1억 톤 이상의 해양어류를 잡아들이는데, 설상가상으로 생식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성어(成魚)들을 집중적으로 잡는 바람에, 감소된 개체수가 보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일부 어종들은 덩치를 줄이거나 일찍 새끼를 낳는 등 새로운 성장 및 행동패턴을 진화시키게 되었다고 한다(http://news.sciencemag.org/evolution/2009/01/fastest-way-change-species-start-eating-it).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니콜라스 덜비 박사(해양생태학)는 이번 연구결과를 반기고 있다. "사냥과 고기잡이의 폐해는 지금껏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간과 동물의 포식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인간의 자연수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한다. 인간은 다른 포식자들의 포식행태로부터 교훈을 얻어, 덜 자란 동물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함과 동시에 포획률을 줄여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 인간이 다른 포식자들보다 물고기를 더 많이 잡는다 치더라도, 전체 포식량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0%에 불과하다"고 워싱턴 대학교의 레이 힐본 박사(생태학)는 논평했다. "이것은 식량수급 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인 비율이다. 어획량을 줄일 경우, 전세계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모호하게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큰 개체`를 선호하는 기존의 포획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기존의 관행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논문의 가치는 충분하다"라고 UCLA의 블레어 판 팔켄뷔르흐 박사(고생태학)는 논평했다.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 원문정보: Thomas E. Reimchen, "The unique ecology of human predators", Science 21 August 2015: Vol. 349 no. 6250 pp. 858-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