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0년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에게 있어서, 2014년 한 해는 정말로 끝내주는 해였다. 두 팀의 연구자들이 현대인의 게놈 속에 포함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산 목록을 작성했는데(참고 1), 까마득히 오래 전에 이루어진 이종교배 덕분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오늘날 비(非)아프리카계인들의 게놈 속에 버젓이 살아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 2종(45,000년 전 시베리아 남서부에 살았던 남성, 36,000여 년 전 러시에 서부에 살았던 남성)의 게놈을 분석하여, 네안데르탈인과 초기인류 사이에 성접촉(sexual encounter)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참고 2). DNA 분석 결과,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인류들이 추가로 포착됐으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성접촉을 했던 시기는 정확히 50,000~60,000년 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유럽의 수십 개 고고학 유적지에 대한 탄소연대측정 결과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수천 년간)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참고 3). 2015년에도 네안데르탈인의 미스터리는 계속 벗겨지고 있다. 지난주 Nature에는 "이스라엘의 동굴 속 깊은 곳에서 아마추어 동굴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55,000년 전의 불완전한 두개골이,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던 인간집단의 일원일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I. Hershkovitz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4134; 2015). 또한 이 두개골은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여정(旅程)에 대한 화석기록의 갭을 메워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드디어 네안데르탈인의 이웃에 살았던 인간의 두개골을 확보했다. 두개골의 임자는 아마도 네안데르탈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것 같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텔아비브 대학교의 이스라엘 허시코비츠 교수(물리인류학)는 말했다. |
화석상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호모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만 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에 등장한 것으로 생각된다.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밖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90,000년 전 레반트에서였고, 유럽 동남부에 나타난 것은 45,000년 전이었다. 그렇다면 90,000년 전과 45,000년 전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마도 초기 현생인류는 중동 지역을 넘어가지 않고 동(同)지역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과 호모사피엔스(고대 및 현대)의 게놈을 비교분석한 선행연구자들에 의하면, 호모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5만~6만 년 사이에 중동지방의 어디에선가 네안데르탈인과 성접촉을 한 것 같다고 한다(Q. Fu et al. Nature 514, 445–449; 2014). 그러나 문제는, 지금껏 중동지방에서 이 중요한 시기(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에 정착하기 전까지)에 해당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유골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2008년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해 근처 개발지의 공사장에서, 불도저를 운전하던 기사가 15,000여 년간 막혀 있던 석회암 동굴(마놋 동굴)의 입구를 발견했다. 동굴을 처음으로 탐사한 아마추어 동굴탐험가들은 돌출한 바위 위에 놓여 있는 두개골 조각(윗부분)을 발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당국은 정식 탐사대를 구성하여 마놋 동굴을 조사한 끝에, 동굴 이곳저곳에 석기가 -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진 채로 - 묻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의 두개골은 누가 봐도 호모사피엔스의 것이 분명했는데, 초기 아프리카계 및 후기 유럽계 인류의 두개골과 형태가 비슷했다. 연구진은 연대측정법을 이용하여 두개골의 연대를 약 55,000년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마놋 동굴에 살던 사람들이 유럽의 초기 구석기인들의 조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네안데르탈인은 비아프리카계 현대인들의 유전체 속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놋 동굴의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과 성관계를 가졌던 호모사피엔스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마놋 동굴의 인근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지가 두 군데 존재하는데, 세 동굴의 연대는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레반트 남부지역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유일한 곳이다.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려면 문제의 두개골에서 DNA를 채취하여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찾아내야 하지만, 온화한 기후 때문에 고대의 DNA가 보존되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소재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장자크 후블린 박사(고인류학)도 DNA 검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후속발굴을 통해 차갑게 보관된 유골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지금껏 발견된 유물들의 연대가 두개골보다 젊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후속발굴을 통해 두개골과 석기 간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마놋 동굴에 살았던 사람들이 초기 유럽인들의 조상이라는 확증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연대측정이 정확하다면, 마놋 동굴의 두개골은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동일한 시기에 중동지역에서 공존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때문"이라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카테리아 하바티 교수(고인류학)는 말했다. "두 종(種)이 중동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공존했음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므로, 이것은 퍼즐의 결정적인 조각을 맞춘 것이나 진배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 원문정보: I. Hershkovitz et al., "Levantine cranium from Manot Cave (Israel) foreshadows the first European modern humans", Nature(2015).
※ 참고문헌
① http://www.nature.com/news/modern-human-genomes-reveal-our-inner-neanderthal-1.14615
② http://www.nature.com/news/oldest-known-human-genome-sequenced-1.16194
③ http://www.nature.com/news/neanderthals-bone-technique-redrafts-prehistory-1.1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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