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현생인류가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약 45,000년 전으로 생각된다(http://www.nature.com/news/archaeology-date-with-history-1.10573). 지난 2년 동안 고유전체학과 고고학의 획기적 발달로 인해 `유럽의 최초인류`에 대한 연구에 혁명이 일어났다. 또한 그로부터 약 5,000년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춘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간의 관계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지난 5월 Nature 뉴스에 소개되고(http://www.nature.com/news/early-european-may-have-had-neanderthal-great-great-grandparent-1.17534) 6월 22일 Nature에 공식 발표된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참고 1), 유럽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로 알려진 오아세인(Oase man: 루마니아의 Peștera cu Oase라는 동굴에서 발견됨) 에게서 채취된 DNA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Nature에서는 유럽의 최초인류에 대한 논점을 6가지로 정리해 보았으니, 이름하여 「유럽의 최초인류: 과학자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다.
1. 유럽의 최초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다.
2. 그들은 자손을 남기지 않은 것 같다.
3. 후에 다른 인류가 이주해 왔다.
4. 현생인류가 최초로 유럽에 이주한 경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5.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문화를 공유했는지는 불투명하다.
6.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제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1. 유럽의 최초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성관계를 통해 생식가능한 자손(viable offspring)을 낳았는데, 지금껏 발견된 증거들은 대부분 "양자 간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시기와 장소는 `초기인류가 5~6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직후`(참고 2), `중동지방`(http://www.nature.com/news/2010/100506/full/news.2010.225.html)"이라고 시사해 왔다.
하지만 6월 22일 Natur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40,000년 된 오아세인의 턱뼈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도 만나 이종교배를 했으며, 그 시기는 중동에서 처음 만났던 때보다 훨씬 뒤"라고 한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라이히 박사(개체군유전학)는 "오아세인은 네안데르탈인의 4~6대손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http://www.nature.com/news/early-european-may-have-had-neanderthal-great-great-grandparent-1.17534).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현생인류와 네안테르탈인이 공존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오아세인과 비슷한 초기인류의 존재를 예언한 바 있었던 옥스포드 대학교의 톰 히검 교수(고고학)조차도(http://www.nature.com/news/neanderthals-bone-technique-redrafts-prehistory-1.15739),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이번 연구결과는 굉장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초기인류의 DNA를 분석해 봐도 네안데르탈인과의 성접촉 흔적이 발견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2. 그들은 자손을 남기지 않은 것 같다.
라이히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오아세인은 유럽 한복판에서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현대 유럽인의 DNA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히검 교수는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아마도 현대인의 유전체에 자취를 남기지 않은 현생인류 그룹이 오아세인 말고도 몇 가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장자크 휴블린 박사에 의하면, 현대 유럽인들의 유전체 속에 들어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DNA 비율이 비(非)아프리카계 직계조상을 둔 인류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3. 후에 다른 인류가 이주해 왔다.
오아세인은 아마 멸종한 것 같으며, 곧바로 다른 인류가 유럽에 이주해온 것 같다. 예컨대 2014년 11월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참고 4), "러시아 서부에서 발견된 37,000년 전의 유골을 분석한 결과, 오늘날의 아시아인보다 유럽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는데, 이는 그들의 유전자가 오늘날 유럽인들의 유전체 속에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고고학자들은 오랫동안 유럽과 중동에서 발견된 석기, 뼈, 조개껍질 장식물 등을 근거로 하여, `동질적인 수렵채집인들이 연속적으로 이주하여 유럽에 정착했다`는 가설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가설을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 이에 대해 휴블린 박사는 "아프리카에서 나온 현생인류가 유럽에 정착한 경로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오퍼 바-요제프 박사(고고학)도 이에 동의한다. "다양한 언어와 무기를 가진 이질적인 수렵채집인들이 유럽에 침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4. 현생인류가 최초로 유럽에 이주한 경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가 오늘날의 이스라엘, 레바논, 요르단 근처를 경유하여 지중해를 우회한 다음, 오늘날의 터키를 통과해 서진(西進)하여 유럽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이를 레반틴 종주가설(Levantine corridor hypothesis)이라고 하는데, 이 가설의 지지자들은 `레반트 지역에서 발견된 석기와 조개껍질 장식물들이 유럽의 초기인류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이번 달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참고 5), "45,000여 년 된(유럽보다 조금 앞선) 레바논 동굴의 유물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이 유럽진출의 교두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나왔다"고 한다(http://www.nature.com/news/ancient-humans-brought-tools-to-europe-1.17661).
그러나 히검 교수는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현생인류는 먼저 오늘날의 러시아까지 진출한 후 서쪽으로 후진했다고 한다. 시베리아 서부에서 발견된 45,000년 전의 유골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 유골의 유전체는 작년에 라이히 박사 연구팀에 의해 시퀀싱된 바 있다(참고 2).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5.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문화를 공유했는지는 불투명하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만나 성접촉을 했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두 종(種)이 몸뿐만 아니라 생각까지도 주고받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예컨대, 휴블린 박사는 후기 네안데르탈인 유적지 일부에서 조개껍질 목걸이와 같이 실용성 없는 상징적 유물이 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로부터 석기기술과 의식(儀式)을 전수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참고 6).
심지어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린저 박사(고인류학)는, `현생인류와의 성관계를 통해 획득한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의 문화를 발달시켰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근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고유전체학의 힘을 빌리면, 내 주장의 진위 여부가 몇 년 내에 밝혀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6.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제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현생인류가 유럽에 도착한 직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느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바-요제프 박사는 `현생인류가 유럽 본토에 침입하여, 네안데르탈인을 이베리아 반도와 같은 주변지역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를 기후, 질병, 심지어 가축화된 개(http://www.nature.com/news/ancient-wolf-genome-pushes-back-dawn-of-the-dog-1.17607) 탓으로 돌리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인류학자 팻 쉽맨은 2015년에 발표한 『침입자(The Invaders)』라는 책에서, "개들이 초기인류를 도와 네안데르탈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멸종에 이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40년 전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고 워싱턴 대학교의 에릭 트링카우스 교수(고인류학)는 말했다. 트링카우스 교수는 2004-2005년 오아세 유물을 발굴했던 인물이다.(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 참고문헌
1. Fu, Q. et al.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4558 (2015).
2. Fu, Q. et al. Nature 514, 445–449 (2014).
3. Higham, T. et al. Nature 512, 306–309 (2014).
4. Seguin-Orlando, A. et al. Science 346, 1113–1118 (2014).
5. Bosch, M.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http://dx.doi.org/10.1073/pnas.1501529112 (2015).
6. Mellars, P. Curr. Anthropol. 40 241–364 (1999).
7. Trinkaus, E. et al. Proc. Natl Acad. Sci. USA 100, 11231–1123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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