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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뉴스

고대 동굴 벽화 75%가 '여성 작품'

by 한국고고학콘텐츠연구원(플라스캠프) 2013. 10. 16.


스페인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벽화 '상처입은 들소'. (사진=연합뉴스)

미국 고고학자, 손자국 분석으로 밝혀내

예술가들은 작품을 완성한 뒤 서명이나 낙관(落款), 손도장 등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흔적을 남긴다.

근 4만년 전 스페인과 프랑스의 동굴 벽에 들소와 말 등의 그림을 그린 고대인들도 벽화 옆에 다양한 형태로 손자국을 남겼다.

지금까지 고고학계에서는 이들 벽화를 남긴 사람들이 남성일 것이라는 뿌리깊은 확신이 있었지만 최근 손자국의 주인공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NBC 뉴스가 15일 보도했다.

미국 펜 스테이트 대학(PSU)의 고고학자 딘 스노 교수는 손의 크기와 각 손가락 길이의 비례로 성별과 성적 성향, 심장질환 취약성 등을 가려내는 영국 생물학자 존 매닝의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고대 동굴 벽화 옆에 남은 손자국들의 주인공을 가려낸 결과 75%가 여성임을 밝혀냈다고 아메리칸 앤티쿼티 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최고(最古) 약 4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동굴 11개에 벽화와 함께 남아 있는 스텐실(손을 벽에 대고 그 위에 대롱으로 물감을 뿜어 손의 윤곽을 남기는 방식) 손자국 32개의 크기와 손가락 길이 비례를 조사한 결과 24개가 여성의 것임을 밝혀냈다.

스노 교수는 동굴의 손자국을 분석하기 전에 1단계로 일반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손의 전반적인 크기를 측정했는데 이를 통해 성별을 79% 정확하게 맞힐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소년들의 손이 여성의 것으로 분류됐다.

그는 두번째 단계로 검지와 약지의 비례, 검지와 새끼손가락의 비례를 이용해 소년과 여성의 손을 구분할 수 있었다.

스노 교수는 또 현대인의 손은 남녀가 구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고대인의 경우 현대인보다 성적이형(性的異形: 같은 종이면서 암수의 형태가 다른 현상)의 정도가 훨씬 컸음을 밝혀냈다.

그는 1단계 방식으로 동굴의 손자국을 조사한 결과 10%만이 성인 남성의 것임을, 2단계 방식으로는 15%가 소년의 것임을 발견했다. 이는 나머지 75%가 여성의 것임을 의미한다.

이들 벽화를 그리고 손자국을 남긴 것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고고학자는 이들 벽화를 그린 사람이 남성일 것으로 추정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고대인류가 동물을 그린 것은 사냥감 동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려는 주술적 목적이 있었을 것이며 이는 당연히 사냥감을 찾아내 죽이는 남성의 일이라고 학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그러나 동굴 벽화를 발견한 고고학자들이 현대 사회의 고정된 성역할 개념에 젖어있는 남성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관념이 굳어졌을 것이라는 또 다른 해석도 있다.